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인지적 회피 유발하는 상황들 (트라우마, 우울증, 자존감 저하)

by 여정_journey 2025. 5. 1.

인지적 회피는 감정적으로 불편하거나 고통스러운 생각, 기억, 상황을 피하려는 무의식적 심리 반응으로, 우리가 스트레스를 견디기 위해 사용하는 방어기제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회피는 단기적으로는 정신적 안정을 주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정서 처리의 지연, 문제 해결 능력 저하, 삶의 질 악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트라우마, 우울증, 낮은 자존감 같은 심리적 요인은 인지적 회피를 더욱 자주, 심각하게 유발합니다. 본 글에서는 이러한 대표적인 세 가지 상황 속에서 인지적 회피가 어떻게 작동하고, 우리의 행동과 감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봅니다.

인지적 회피 유발 상황

트라우마 상황에서의 인지적 회피

트라우마는 사고, 폭력, 학대, 자연재해 등 개인의 감정적, 신체적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사건으로 인해 발생하는 깊은 심리적 상처입니다.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은 그 기억과 연관된 자극(소리, 냄새, 장소, 사람 등)을 피하려는 경향을 보이며, 이 과정에서 인지적 회피가 나타납니다.

이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의 핵심 증상 중 하나로, 환자는 과거 경험과 관련된 생각 자체를 떠올리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예를 들어 성폭력 피해자가 관련 뉴스조차 보지 않으려 하거나, 전쟁 참전 군인이 폭죽 소리에 극심한 공포 반응을 보이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 같은 인지적 회피는 순간적인 불안을 줄이긴 하지만, 트라우마의 기억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게 만들어 장기적인 회복을 방해합니다. 또한 회피 행동이 생활 범위를 좁히고 대인관계 단절로 이어질 수 있어 사회적 기능에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치료에서는 점진적 노출 기법과 인지행동치료(CBT)를 통해 회피를 줄이고, 안전한 환경에서 트라우마를 재처리하는 것이 중심이 됩니다. 회피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지속되면 회복에 장애가 된다는 점에서 그 적절한 인식과 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우울증과 인지적 회피의 연결 고리

우울증은 의욕 저하, 슬픔, 무기력함, 자기 비난 등의 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정신 건강 질환으로, 뇌의 화학적 변화뿐만 아니라 인지적인 왜곡, 부정적 자기 개념과도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우울증을 겪는 사람은 실패, 상실, 무력감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도전이나 사회적 관계를 회피하게 됩니다. 이런 회피는 감정을 직면하지 않으려는 심리에서 비롯되며, 인지적 회피의 전형적인 형태로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실직 후 자책에 빠진 이가 구직 활동 자체를 포기하거나, 대인관계를 끊고 방 안에 틀어박히는 상황 등이 그것입니다. 이처럼 회피는 순간적으로 자극을 피하게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현실 문제 해결을 지연시키고, 우울증의 악순환을 더욱 심화시킵니다.

 

또한 회피는 실패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선택되는 전략이지만, 이는 결국 ‘아무 것도 시도하지 않음’이라는 또 다른 실패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치료적 개입에서는 우울감의 근원인 자동적 사고 패턴을 인식하게 하고, 회피 행동 대신 현실을 마주하는 연습을 시도합니다. 소소한 성취 경험을 통해 자존감과 자기 효능감을 회복시키는 과정이 병행되며, 이러한 접근이 반복되면 점차 인지적 회피를 줄일 수 있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회피가 ‘나약함’이 아니라 ‘두려움의 결과’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자기비난이 아닌 자기 이해를 시작하는 데 있습니다.

낮은 자존감이 유도하는 회피 심리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타인의 평가나 사회적 상황에서의 실수를 일으킬 가능성에 대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이로 인해 그들은 자신이 무능하거나 실패할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이를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인지적 회피를 사용합니다. 이는 회피성 성격장애의 특징과도 유사하며, 반복적인 회피 행동은 더 큰 불안과 자기혐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예컨대 회의 자리에서 발언을 꺼려하거나,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영역에서는 아예 참여하지 않으려는 행동 등이 일반적입니다. 이러한 태도는 처음에는 자신을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발전 기회를 차단하고, 자기 효능감 하락이라는 부작용을 동반합니다. 특히 SNS와 비교문화가 만연한 현대 사회에서는 낮은 자존감이 더욱 강화되며, 타인의 삶과 자신의 삶을 비교하면서 더 많은 회피 행동을 만들어냅니다. 이는 결국 자아 인식의 왜곡으로 이어지고, 자기계발에 대한 의욕도 약화시킵니다.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조건적인 자기긍정보다는 현실적인 자기 인식과 점진적인 도전이 필요합니다. 심리상담에서는 자기 비난 사고를 인식하고, 자신이 가진 강점을 찾아내는 과정이 병행됩니다. ‘완벽해야 사랑받는다’는 신념을 깨고, 실패해도 괜찮다는 내적 기준을 세우는 것이 회피를 줄여나가는 핵심입니다.

자존감은 타인과의 비교가 아닌, 자기 자신의 변화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인지적 회피는 일시적인 감정 회피나 상황 회피를 통해 자신을 보호하려는 무의식적 심리 반응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게 만들고 감정적 성장과 인간관계, 자존감 회복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트라우마, 우울증, 자존감 저하와 같은 심리적 문제 상황에서는 회피가 더욱 빈번하게 나타나며, 그 강도 또한 깊어집니다. 인지적 회피를 극복하려면 회피 행동을 단순히 나쁜 습관으로 보기보다는, 그것이 어떤 감정을 숨기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합니다. 그리고 작고 현실적인 목표를 세워 점진적으로 회피를 줄여나가는 실천이 필요합니다. 지금 당장은 어려워 보여도, 감정과 마주할 수 있는 용기는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